| 1. 나그네
어느 여행자가 유명한 수도자를 방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도자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다.
방안의 가구라고는 고작 책상과 의자가 전부였다. 여행자는 수도자에게 인사를 한 후 조금 망서리다가 물었다.
"당신의 가구는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수도자가 되물었다.
"손님, 당신의 가구도 여기에 없지 않소..."
여행자는 어이없다는 듯, 그러나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아, 저는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갈 나그네인걸요,"
그러자 수도자가 빙그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 세상에 다니러 온 나그네라오..."
2. 말하는 법
유태인 학생들 사이에 <탈무드>를 공부하는 도중, 딴 생각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 학생이 랍비에게 물었다.
"랍비님! 탈무드를 공부할 때 딴 생각을 해도 괜찮은가요?"
"안돼!" 라고 랍비는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다른 학생이 말했다.
"너는 묻는 방법이 들렸어... 이번에는 내가 물어 볼께...
랍비님!, 딴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탈무드는 읽어야겠지요?"
"물론 읽어야 하고 말고!" 랍비는 믿음직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3. 말 씨
박씨 성의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서 푸줏간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려 왔다.
"어이, 백정, 고기 한 근 다오~"
"그러지요!" 박씨는 솜씨 좋게 칼로 고기를 배어 주었다.
함께 온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의 신분이긴 하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기가 거북했다.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
"예, 고맙습니다!" 기분 좋게 대답한 박씨는 선뜻 고기를 잘라 주었다. 그런데 먼저 고기를 산 양반이 보니 자기가 받은 것 보다 갑절은 되어 보였다.
그 양반은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 것은 작은가?" 그러자 박 씨가 대답했다.
"네, 그야 손님 고기는 백정이 자른 것이고요,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으니까요..."
4. 어거스틴과 소년
성 어거스틴이 어느날 저녁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는 우주와 인간에 관한 깊은 명상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바닷물과 모래밭, 무한대한 우주와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미미한 위치, 그리고 우주의 신비와 진리를 탐구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존재에 대하여 깊은 사색이 동반하는 해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천진난만하게 생긴 소년 하나가 표주박을 가지고 바닷물을 모래밭에 파인 웅덩이에 퍼붓고 있었다.
소년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고 성 어거스틴은 의하하게 생각하며 소년에에 물었다.
"너는 아까부터 표주박을 가지고 바닷물을 펴서 그쪽 웅덩이에 쏟곤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소년이 태연하게,
"예, 저는 이 표주박을 가지고 이쪽에 있는 바닷믈을 몽땅 저쪽에 있는 웅덩이에다 퍼서 옯겨 보려고 합나다. 한번 작정한 일이니 평생이 걸리더라도 해내고야 말 것입니다."
성 어거스틴은 기가 막혔다. 망망한 대해를 작은 표주박을 가지고 모래밭의 작은 웅덩이 속에다 옯겨 놓겠다니 순진하기는 하지만 일소에 붙이기에는 너무도 진지하게 보였다. 그래서
"얘야, 너의 뜻은 크고 높은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란다. 그러니 그만 두고 어서 집에 돌아 가거라!"
그 소년은 어거스틴에게 의외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선생님! 그러면 제가 묻겠습니다. 어째서 사람의 작은 머리로 무한대한 우주의 신비와 진리를 알아내려고 애를 쓰고 계십니까? 바닷물은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의 움직이는 진리는 무한하고 영원한데 어떻게 선생님의 유한한 삶을 가지고 그것을 몽땅 알아 낼 수 있습니까?"
"철학하는 바보, 이 명수 편저 중에서" |